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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병원 장례식장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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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800회 작성일 21-07-05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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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이별준비노트’

4월 말 서울 중구 주상복합시설 2층에 자리잡은 ‘작은 장례’ 채비 공간에서 80대 K씨 추도식이 열렸다. 유족이 병원 지하 장례식장에서 사흘 동안 치르는 통상적인 장례 대신 가족 추모행사를 택한 것이다. 확 트인 외부 공간까지 갖춘 이곳은 숙연한 분위기만 빼면 근사한 카페와 달라 보이지 않았다.

유족은 조문객을 받지 않겠다고 했으나 소식을 전해 들은 지인들의 발길이 간간히 이어졌다. 조화들은 예외 없이 모두 반송됐다. 화환을 가져온 배달원들은 유족의 강경한 태도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고 추모식을 도운 장례지도사는 전했다. 유족이 완강하게 거절했지만 끝내 부의금 봉투를 놓고 간 조문객도 적지 않았다. 유족은 이 돈을 모두 저소득층 장례에 써달라며 채비 쪽에 기부했다. 부의금을 낸 사람 이름으로 기부증서를 발급해 보내주도록 했다.

한국에선 집중해서 고인을 기리는 이런 가족 추모행사가 흔치 않다. 유족은 일반적으로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을 맞이하느라 장례 기간 내내 경황이 없다. 이날 추도식은 유족의 심지가 굳어 가능했다. 통상적 장례에서 벗어나 자칫 소홀한 듯 비치면 불효라는 주변의 손가락질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K씨 유족은 추모행사를 제대로 지원해줄 믿을 만한 곳을 찾기 위해 인터넷을 열심히 찾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채비 쪽과 협의하는 사이 갑자기 고인이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유족은 추모행사를 위한 영상과 편지, 유품 등을 준비하느라 마음이 바빴다.

예고된 미래

고인이 생전에 이런 ‘죽음 이후’를 직접 준비해뒀다면 남겨진 유족의 고충이 한결 덜했을 것이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는 언젠가는 죽음을 맞는다. ‘언제, 어떻게’를 알 수 없을 뿐이다. 죽음이 예고된 미래인데도 무작정 준비를 미뤄두거나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가족이나 가까운 사람 사이에 죽음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를 꺼려하는 분위기 탓이다. 요즘은 좋은 죽음(웰다잉) 교육도 하는 등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죽음 이후에 대한 구체적 준비까지는 미치지 못한다.

한국장례문화진흥원의 ‘이별준비노트’는 ‘스스로 디자인하는 장례’에 필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자신이 원하는 장례 방법과 절차 등을 간단하게 작성하는 메모 형식이다. 법적 구속력과 무관하지만 기본적으로 챙겨볼 만한 항목을 담고 있어 노트에서 밝힌 취지처럼 ‘남겨진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먼저 장례 방법으로 매장과 화장, 화장 뒤 유해를 안치할 곳으로 납골(봉안)당과 자연장지, 그 밖의 장소 가운데서 선택한다. 자연장은 잔디형, 화초형, 수목형 등으로 세분화했다. 3·5일장 등 장례 기간, 전통(유교)식이나 특정 종교식(기독교·천주교·불교 등)의 장례 형식도 정할 수 있다. 부고를 보낼 사람의 범위는 직계 가족, 가까운 지인, 많은 조문객 등으로 나눴다.

부의금과 화환을 관례대로 받을지 되도록 제한할지 전혀 받지 않을지도 선택한다. 유족의 장례비용 걱정에서 빠지지 않는 관 등 장례용품(관례에 따라·간소하게·호화하게)과 수의(평소 즐겨 입던 옷·전통 수의·한복)에 대한 선택항목도 들어 있다.

이런 사항들을 미리 생각해보고 가족과 의논하면 장례 준비가 한결 가벼워진다. 상이 닥쳐서야 유족이 마치 기성복을 사듯이 관례적인 3일장을 치르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꼭 노트에 적은 대로 할 필요는 없지만 본인의 바람에 따라 얼마든지 ‘의미는 더하고 허례는 덜어낸’ 장례를 준비할 수 있다.

중견기업 P부장이 2020년 작성한 이별준비노트에는 ‘자연장지 수목장, 간소한 무빈소 추도식(1일장), 수의는 즐겨 입던 옷, 가까운 지인에게만 부고, 부의금과 화환은 전혀 받지 않음’ 등의 내용이 담겼다. 물론 P부장은 자신의 죽음을 굳이 외부에 알리지 않을 생각이다. 시간이 지나면 알 사람은 알게 된다. 장례 또는 추도식에 사람들이 모인다고 한들 주인공인 자신은 주검이어서 아무것도 인식할 수 없다. 주검을 빠져나간 영혼이 공중에서 지켜볼지는 모르지만.

병원에서 집으로

고령화를 비롯한 인구구조의 급속한 변화와 더불어 장례 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다. 매장 문화가 뿌리 깊었던 한국에서 화장이 대세를 이루는 데는 불과 20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다. 1990년대 초반 20%에 미치지 못한 화장 비율은 2015년 80%를 넘었고 요즘은 90% 안팎에 이른다. 코로나19 충격도 더해져 ‘병원 장례식장 3일장’이라는 장례 통념 또한 앞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일본 업계 자료에 따르면 별도의 장례식 없이 화장하는 ‘직장’의 비율이 46%로, 밤샘·고별식을 하는 일반장을 바짝 따라붙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월에는 직장이 일반장을 추월해 과반을 차지하기도 했다. 고령인구가 30%에 육박한 일본은 한 해에 전체 인구(2020년 1억2560만여 명)의 1% 이상(130만여 명)이 숨지는 ‘다사 사회’로 들어섰다. 병원에서 죽음을 맞는 게 갈수록 힘들어진다. 조어법에 능숙한 일본 사회답게 이런 사람을 가리키는 ‘임종난민’이라는 용어가 오래전 등장했다. 정부가 나서서 고령자들이 병원이 아닌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도록 권장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다.

어느 나라에서든 대다수 나이 든 사람들의 바람은 살던 집과 익숙한 환경에서 삶의 마지막 시기를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집에서 세상을 떠난 사람조차 병원 응급실이나 장례식장으로 실려 간다. 대도시 아파트 등으로 삶의 터전이 바뀌면서 집에서 많은 조문객을 맞고 음식을 대접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 중심의 간단한 추도식으로 장례 형식이 바뀌면 굳이 많은 비용을 들여 번잡하기 그지없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을 찾을 필요가 없다. 주검 안치와 염습·입관 등 사후 절차는 장례식장이 없어도 가능하다. 그러면 한국이 다사 사회로 바뀌더라도 임종난민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 또 장례비용이 적게 들고 부고를 널리 알리지 않으니 특히 퇴직한 사람들의 경조사비 부담이 줄어들지 않을까 싶다. ‘익숙한 곳에서 최후까지’를 표어로 내건 일본과 마찬가지로 돌봄과 의료, 간병이 한꺼번에 제공되는 ‘지역포괄돌봄체계’가 마련된다면 말기의 삶은 물론 죽음의 질도 확연하게 높아질 것이다.

원문보기: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002116.html#csidxe9e3b853d2affbbbb5b2b3ce06d6b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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