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부부 아니어도 장례 치를 수 있나요?
페이지 정보
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996회 작성일 20-10-31 09:36본문
▲경기 고양 서울시립승화원에 마련된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식장에서 무연고자 장례가 치뤄지고 있다.
류우종 기자
“동성 커플 중 한 분이 돌아가셨는데, 장례를 치를 방법이 정말 없나요? 부모도 외면하고 경찰은 연고자만 장례를 할 수 있다고 하는데….”
10월8일 무연고 장례지원 비영리단체인 ‘나눔과나눔’엔 이러한 내용의 상담전화가 걸려왔다. 이 단체는 “2020년부터 방법이 생겼다. 구청을 찾아 장례 주관자 또는 연고자 지정 신청을 하라”고 안내했다. 고인과 법적 가족이 아닌 친구나 사실혼 관계 배우자 등도 장례를 치를 길이 제한적으로나마 열렸기 때문이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장사법)에 따라 장례를 진행할 수 있는 연고자는 △배우자, 부모, 자녀, 자녀 외 직계비속(손자녀), 부모 외 직계존속(조부모), 형제자매 △사망하기 전 치료·보호·관리하던 행정기관 또는 치료·보호기관의 장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 △이 밖에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 등이다. 보건복지부는 ‘2020년 장사업무 안내(지침)’를 펴내면서 그동안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시신이나 유골을 사실상 관리하는 자’ 항목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가족이 아닌 사람도 장례를 진행할 길을 터놓았다.
그 내용을 보면 △사실혼 관계 △연고자에 포함되지 않는 친족 관계(조카·며느리 등) △장기간 지속해서 동거하며 생계나 주거를 같이한 경우, 실질적 부양, 간병이나 돌봄을 제공한 경우 △사망자가 생전에 공증문서나 유언장 등을 통해 사후 자신의 장례 주관자로 지정한 경우 △친구, 이웃, 사회적 연대활동 등에 따라 장례 주관을 희망하는 경우 등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이러한 지침 변화가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박진옥 나눔과나눔 사무국장은 “지자체, 병원, 장례식장 같은 유관 기관이 이러한 내용을 알지 못하거나 안내하지 않아 (가까운 지인 등이 장례를 치를 수 있음에도) 무연고자로 우리 단체에 넘어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또 혈연을 중심으로 한 장례 관련법 자체를 개정한 것이 아닌 까닭에,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르기엔 현실적 한계가 여전히 많다. 현재 제도에서는 연고자가 없거나 알 수 없는, 연고자가 있을 경우엔 시신을 위임받는 등 고인이 ‘무연고자 지정’을 받아야 가족 대신 장례를 치를 수 있다. 숨진 동성 커플 배우자에게 가깝진 않지만 연락이 닿는 가족이 있는 경우 시신을 위임받아야 장례를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나눔과나눔 상담 사례에선 고인의 부모가 장례를 포기한 까닭에 이후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었다. 박진옥 사무국장은 “혈연 중심의 장례 관련 법과 제도를 전반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의료법상 사망진단서 발급은 고인의 자녀와 부모, 배우자와 배우자 부모, 형제자매에게만 가능한데 사망진단서 없이는 장례 절차 시작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출처: 한겨례 21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