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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문화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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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171회 작성일 16-10-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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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병수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
묘지 이용에 대한 우려는 고려 경종 때부터 문헌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묘지 이용이 타 토지용도와는 크게 경쟁적인 양상을 보이지는 않았다. 그러나 1960년대 도시화와 산업화를 경험하면서 급격한 도시화의 진전, 지속적인 인구증가, 핵가족화 등으로 토지의 비 농업적 이용, 즉 주택, 사무실, 공장, 공공시설, 휴양 및 오락시설 용지에 대한 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타 토지 용도와 묘지에 대한 용도가 경쟁적인 관계에 놓이고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란 관점에서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부터 1990년 중반까지 화장률은 20% 미만에 머물렀다. 그 당시 사망률을 연평균 0.7~0.9%로 보면 매년 약 25만명 정도가 사망하여 약 5만 명이 화장되었다. 화장 가운데에서도 병사(病死)나 사고사가 대부분이었다. 그 만큼 화장은 우리 국민들로부터 외면을 받아왔던 것이다. 그러나 그로부터 20년 후인 2016년 화장률 80%, 매장률 20%라는 상상하기 힘든 대역전 상황이 이 땅 위에 실현된 것이다. 어떻게 된 것인가?

우리나라의 매장 관행은 신라시대부터 유행한 풍수지리설과 음양오행설에서 유래됐다. 고려시대 화장 위주인 불교가 성행했으나 기존의 매장 관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 그 후 조선시대 유교의 조상숭배사상이 결합되면서 매장은 우리나라의 주요 장법(葬法)이 되었다. 그리하여 좋은 곳에 묘소를 쓰게 되면 조상에게 효도하는 일이 될 뿐만 아니라 후손이 번창하는 것으로 믿게 되면서 우리의 가치관에 명당 선호의식이 자리 잡게 되었다. 또한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기독교가 급격하게 확산되면서 부활을 염원하는 기독교의 매장선호사상과 결부되면서 매장은 변화시킬 수 없는 우리사회의 가치이며, 규범이 되었다. 그리하여 해방 후 약 50년 간 화장률은 20%이하에서 맴돌았다. 적어도 국민의 80%이상이 묘지의 물리적 확산과 국토의 비효율적인 이용에 대한 문제의식은 갖고 있었으나 매장선호라는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막상 장례를 치를 땐 속내와 다르게 매장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견고하기만 하던 매장선호사상은 그렇게 기피하던 화장선호사상으로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은 개인의 가치관과 사회적 규범이 급변하는 시기였다. 근대화와 서구 자본주의 사상을 몸으로 익혀온 베이붐 세대가 사회의 주역이 되면서 풍수지리설과 음양오행설은 많은 경우 단순히 흥밋거리가 되었고, 명당을 찾기 위하여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던 세대와는 확연히 달라졌다.

더욱이 정보사회가 도래하면서 유교사상이 더 이상 우리의 가정과 사회를 유지해 주는 규범이 되지 못하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인류 역사상 그 어느 시대에도 없었던, 즉 젊은 세대가 정보화 기기의 이해와 작동을 주도하고 오히려 윗세대에게 가르쳐 주는 사회가 되면서 더 이상 경로사상이나 남성 우위의 가계혈통주의는 빛을 잃게 되었다. 신세대들은 베이붐 세대와는 달리 고향이 대부분 도시이므로 부모세대가 가지고 있던 고향이나 선산 개념이 없어 매장 보다는 오히려 화장을 하여 본인과 가족이 자주 방문할 수 있는 인근에 두려고 하는 편리성 측면과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이라는 실용적 측면을 더 중요시 하게 되면서 매장률은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토의 효율적 이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매장률은 높다. 아직도 매년 여의도 면적 정도의 국토가 묘지로 사용된다. 일본의 경우 화장률 60%에서 90%로 약 30%P를 높이는데 40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에서 80%로 화장률을 높이는데 2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어마어마한 사회적 변동이다. 화장선호라는 개인적인 가치(value)가 저변이 되어 사회적 규범(norm)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화장에 대한 각종지원, 납골당과 수목장의 장려, 집단묘지의 원활한 공급 등을 강구하는 한편, 장기적으로는 국민의 화장에 대한 의식전환이 근본적으로 이뤄지도록 인내를 갖고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출처: 중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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