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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의 생전 모습을 오늘에 완벽하게 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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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973회 작성일 16-08-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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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 속에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풀 한 포기 친구 얼굴 모든 것이 새롭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젊은 날의 생이여…”

6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9층에 마련된 ‘K라이브’ 공연장. 1996년 세상을 떠난 고(故) 김광석의 목소리가 어두운 극장 안을 가득 채웠다. 현장에 있던 관객 50여명의 얼굴에 놀라움과 반가움, 그리움이 차례로 번졌다. 일부 관객은 그리움을 눈물로 표현했다. 첫곡 ‘이등병의 편지’가 끝나고 적적해진 공간을 훌쩍거리는 소리가 대신 메웠다. 20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광석은 의자에 앉은 채 통기타를 들고 있었다. 가르마를 탄 헤어스타일에 짙은 쥐색 재킷을 입은 모습, 생전 그대로였다. 이날 현장을 방문한 김광석의 ‘절친’ 가수 박학기는 “우리 곁을 떠난 가객(歌客) 김광석이 과학기술의 옷을 입고 다시 나타난 것을 보니 설렌다”고 말했다.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가객’ 김광석

▲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고(故) 김광석이 13일 서울 동대문 ‘K라이브’ 공연장에서 ‘이등병의 편지’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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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을 재탄생시킨 건 ‘홀로그램(Hologram)’ 기술이다. 홀로그램은 물체나 사람이 실제로 눈 앞에 있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영상 전달 방식이다. 일반 사진 이미지는 빛의 세기만 기록할 뿐 위치를 나타내는 파동(波動)의 변화를 담아내진 못한다. 2차원적인 표현만 가능하다는 의미다. 반면 홀로그램은 빛의 세기와 파동의 변화를 모두 나타내기 때문에 입체 영상을 구현할 수 있다.

고 김광석을 만나볼 수 있었던 곳인 K라이브는 KT와 YG엔터테인먼트, 홀로그램 전문업체 디스트릭트가 2014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홀로그램 전용 공연장이다. K라이브에서는 요즘 공연 산업계에서 각광받는 ‘플로팅 홀로그램(Floating Hologram)’ 기술이 사용된다. 플로팅 홀로그램의 원리는 간단하다. 우선 무대 천장에 달린 프로젝터에서 바닥을 향해 영상을 비춘다. 이 영상은 바닥에 있는 반사판에 반사된 다음 무대 위 45도 각도로 설치된 투명 스크린(포일)에 비친다. 관객 눈에는 프로젝터나 반사판, 포일 등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영상이 허공에 떠 있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 연극배우 황기석씨가 크로마키 스튜디오에서 실사 촬영을 하고 있다. 황씨는 김광석의 생전 모습을 흉내내면서 립싱크 연기를 했다. / 3D팩토리 제공
기타를 치면서 노래하고 간주 도중 하모니카를 연주하는 김광석의 모습은 생전과 똑같았다. 김광석은 이등병의 편지에 이어 서른 즈음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등 총 3곡을 열창하고 공연을 마무리했다. 그는 공연 중간 재킷을 벗고 셔츠에 조끼 차림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고인의 마지막 방송 공연으로 잘 알려진 슈퍼콘서트 때와 똑같은 모습이었다. 슈퍼콘서트가 열린 1995년 6월 29일은 삼풍백화점이 무너진 날이기도 하다. 마지막 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의 마지막 가사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가 끝난 다음에는 김광석의 몸이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무대에서 사라졌다. 애틋한 가사의 여운이 극대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김광석은 미래창조과학부가 2014년부터 시작한 ‘디지털 헤리티지’ 사업의 일환으로 부활할 수 있었다. 이 사업은 한국의 문화유산을 홀로그램 등 첨단 디지털 기술로 복원해 새로운 관광 자원을 확충하려는 목적으로 시작됐다. 송만호 미래부 디지털콘텐츠과 사무관은 “대구 김광석 거리에 있는 소극장 ‘떼아뜨르 분도’에서 매주 4일(목요일~일요일)씩 김광석 홀로그램 공연을 무료로 열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장에서 만난 최충환 라이브모션픽쳐스 이사는 “홀로그램으로 재탄생한 가수가 관객과 대화를 나누는 등 서로 교감할 수 있는 수준까지 표현 기술이 발전한다면 홀로그램 공연도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은 CG, 몸은 대역 “두달 이상 김광석 제스처 연습”

▲ 김광석 홀로그램 공연에 쓰일 CG 작업을 하는 모습 / 3D팩토리 제공
공연이 끝난 후 이미 고인이 된 김광석을 어떻게 홀로그램으로 탄생시켰을지 궁금해졌다. 싸이, 빅뱅, 2NE1 등 인기 가수들의 홀로그램은 실제 촬영 영상을 바탕으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미 세상을 떠난 가수의 경우에는 제작에 필요한 얼굴 표정과 몸짓 등을 쉽게 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홀로그램 제작을 맡은 3D팩토리의 송창환 프로듀서(PD)는 “20년 전 사망한 래퍼 투팍(2Pac)의 2012년 홀로그램 공연 제작 과정을 참고했다”고 설명했다. 투팍은 1996년 총기 사고로 사망한 미국의 전설적인 래퍼다. 홀로그램으로 부활한 투팍은 2012년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에서 친구이자 래퍼인 스눕 독과 함께 공연했다. 흥미로운 점은 투팍과 김광석 모두 얼굴만 컴퓨터그래픽(CG)으로 처리하고 몸은 대역을 썼다는 사실이다. 송 PD는 “오디션을 통해 서울 대학로에서 연극배우로 활동 중인 황기석씨를 김광석 대역으로 뽑았다”면서 “황씨는 김광석의 생전 공연 영상을 보면서 김광석의 기타 치는 폼과 표정, 특유의 행동 등을 두달 이상 연습했다”고 말했다.

실사 촬영은 크로마키(chromakey)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황씨는 김광석이 공연 때 입던 의상을 그대로 입었다. 황씨가 김광석의 노래에 맞춰 립싱크 연기를 하면 3D팩토리는 황씨 얼굴 근육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잡아내 기록했다. 이후 미리 만들어 둔 김광석 기본 얼굴 CG 위에 황씨가 노래할 때의 표정을 입혔다. 기본 얼굴 CG는 김광석 더미(인체모형)를 만든 다음 이 더미를 스캔하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황씨의 표정 연기만으로는 김광석의 느낌을 100% 살릴 수 없었다. 송 PD는 “전문 애니메이터들이 김광석 특유의 표정 68가지를 미리 만들어놨다”면서 “기본 얼굴 CG에 황씨의 연기, 68가지 특징을 모두 섞어 홀로그램 공연에 등장할 김광석을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작업 기간은 9개월가량 소요됐다. 콘텐츠 제작 예산은 5억5000만원 정도 투입됐다. 송 PD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김광석을 디지털 기술로 복원할 수 있게 돼 뿌듯함이 크다”면서 “국민이 그리워하는 고인 가수가 홀로그램 공연으로 부활하는 프로젝트를 앞으로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하늘문화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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